베트남 태국 여행기

(태국-치앙마이) 밥 사주는 멋진 형님

PARK' S FOREST 2020. 9. 27. 16:17

 혼밥이 익숙해졌습니다. 여행 중 친해진 사람들과 식사할 때를 제외하곤 늘 혼자 밥을 먹으니 익숙해질 만도 하죠. 밥을 먹으면서 유튜브로 한국의 뉴스와 치앙마이 여행 영상을 보면서 먹습니다. 굉장히 편합니다. 오로지 저에게만 집중할 수 있고.

오늘 저녁은 돈이 생각보다 많이 남아 가격대가 있는 식당으로  먹으러 갔습니다. 로컬 식당과 달리 깔끔하고 에어컨도 있었습니다. 물도 기본으로 나온고. 무엇보다도 의자가 정말 편했습니다. 메뉴판을 유심히 관찰하고 새우가 추가된 팟타이와 땡모반을 주문했습니다.

 티비에 나오는 다크 나이트를  보면서 음식을 기다리는데 이때 같은 호스텔에 묵는 한국인 아저씨가 식당으로 들어오시더군요. 몇 번 조식 시간에 대화를 나눠 안면은 튼 사이입니다. 그는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내 옆에 앉으셨습니다. 사실 조금 걱정했습니다. 말씀이 많으신 분이셔서 나의 식사 시간이 방해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빨리 밥을 먹고 노스게이트에서 재즈 공연을 보러 가야 했기 때문에.

 다행히 말씀은 많으셨지만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여행, 일상, 경제, 정치... 생각보다 주제가 재밌었습니다. 그는 일을 하지 않으시고 지금까지 벌어둔 돈으로 계속 여행을 다니신다고 하셨습니다.. 매년 유럽을 가고 가보고 싶은 나라는 바로 간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치앙마이에도 자주와 아예 여기에 자전거를 사두셨다고.

 매우 부러웠습니다. 제가 상상도 못 할 만큼 돈이 많으신 거 같았습니다. 사람을 외적인 면모로 평가하면 안 되지만 그는 돈과는 굉장히 거리가 멀어 보였는데. 부산행에 나온 배우 최귀화 씨와 매우 닮으셨기 때문에 더욱 그래 보였습니다. 영화 속 수염 길고 낡은 옷을 입은 그 배우. 딱 그 이미지셨죠.

 식사를 끝내고 나의 밥값을 계산하려 했는데 막으셨습니다. 나의 밥값까지 계산해주셨습니다.  그러고 그는 자전거를 타고 핑강을 가신다면서 바람처럼 사라지셨습니다. 내일 조식시간에 보자고 소리치시며.

 

 안지도 얼마 안 된 학생한테 선뜻 밥을 사준 그의 심정은 무엇일까요? 오랫동안 한국인과 이야기를 못했는데 같이 대화를 나눠줘서 고마웠던 걸까요. 아니면 나의 모습이 과거 본인이  가난한 20대 여행자 시절 모습이 보였던 걸까요. 전 그게 참 궁금했습니다.

 매우 고마운 인연입니다. 진심으로 그는 나의 여행과 청춘을 걱정해주셨습니다. 아마 그는 청년의 불안한 여행에 조금이나마 도와주기 위해 밥을 사주고 좋은 이야기를 해 주신 거 같습니다.

 먼 훗날 저도  그처럼  중년의 나이에 혼자 여행을 다니며 살고 싶습니다. 그러다 젊은 친구들을 만나면 밥을 사주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그날 저한테 그는 누구보다도 성공한 사람이었습니다.

 

  노스게이트 재즈 공연에 늦지 않았습니다. 정말 운 좋게 좋은 자리도 차지했죠. 같은 테이블에 앉은 한국인 누나들도 굉장히 미인이셨습니다. 저보다 술을 잘 드시더군요. 재즈 공연이 끝날 때쯤 술이 떨어졌습니다. 끝까지 와벽한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