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에 관하여
얼마 전 군대에 간 친구에게 편지를 적었다. 워드 프로세서를 사용해 A4 용지에 인쇄해서 보낼까 했는데 기왕 보내는 거 손편지로 보내기로 했다. 그것이 좀 더 정성이 느껴진다고 믿어서 일까.
나름 예쁜 편지지를 구해 몇 자 적어 보냈다. 일상적인 나의 근황, 그리고 사회 돌아가는 이야기를 적었다. 편지 봉투에 넣고 풀칠로 봉인을 할 때 그 친구가 힘든 훈련을 끝내고 이 편지를 읽을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왔다.
답장은 2주 뒤쯤 왔다. ( 생각보다 늦게 와 답장이 안 오는가 했다. ) 퇴근을 하고 돌아오니 우체통에 손글씨로 ‘받는 이 00 빌 00호 박준혁’라고 적힌 투박한 편지 봉투가 들어 있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 책상에 앉아 봉투가 찢어지지 않게 조심히 뜯었다. 그 순간 나는 왜 편지를 쓰는지 알게 되었다.
편지를 뜯는 그 몇 초동안 나와 당신들은 상상을 할 것이다. 이 편지엔 무슨 내용이 적혔을까.. 하는 설렘. 이메일이나 카톡은 상상을 하기엔 부족하다. 시간이 무척 짧다. 생각도 전에 내용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편지는 다르다.
난 그 순간이 좋다. 그렇기에 군대를 간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낼 때 꼭 답장을 써달라고 한다. 이에 관한 나의 훈련소 에피소드가 좀 있는데 다음 글에서 적고자 한다.
편지를 읽으며 내내 웃었다. 나름 재밌는 글이었다. 편지지 끝에는 심심해서 그린 건지 나를 웃기려고 한건지 미니언즈 그림도 있었다. 꽤나 잘 그렸다.
생각해보니 카톡으로 저런 장문의 글을 받을 때는 전부 내가 잘 못을 했을 때다. 많은 이들이 카톡으로 장문이 오면 읽기 두려워할 것이다. 하지만 편지에서 장문의 글을 받으면 늘 기분이 좋다. 이 친구가 편지를 쓸 때 동안 나만 생각했을 거란 생각을 하면 재밌다.
누군가 짧은 순간이라도 나를 기억해주고 글을 쓴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이메일이 나오기 전 연인들은 이런 감정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나는 아날로그 적 불편함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감정을 위한 불편함은 언제나 환영이다. 그 시절 연인들이 부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