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호찌민) 구찌터널, 메콩델타
현지 여행사 ‘신투어리스트’를 통해 구찌 터널, 메콩 델타 1일 투어를 갔다. 호스텔를 통해서도 1일 투어를 예약할 수 있으나 가격대비 신투어리스트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동남아 여행 중 이런 1일 투어를 많이 이용했다.
길거리에 파는 반미를 먹고 버스에 탑승했다. 어디 자리가 제일 조용할까 찾던 중 어제 만난 일본인 카호가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우연히! 반갑게 인사하고 앉았다. 나와달리 그녀는 당황한 기색이었다. 느낌이 뭔가 이상했다.
구찌터널에 도착하고 그녀에게 어제 잘 갔냐고 말을 걸었다. 그녀는 쌀쌀맞게 혼자 투어 하고 싶으니 방해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알았다고 답하고 혼자 다녔다. 어제까지만 해도 재밌게 이야기를 나눴는데 하루아침에 대하는 태도가 다르니 당황했다. 어제 내가 실수를 했나 싶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그녀가 왜 변했는지는 미스터리다. 사실 그 생각을 하느라 제대로 관광지를 보지도 못했다.
구찌 터널을 보니 초강대국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졌는지 이해가 됐다. 훨씬 큰 적을 이기기 위해 베트남인들이 만든 지혜는 대단했다. 원시적이지만 과학적인 무기들, 몸집이 작은 내가 들어가도 비좁은 구찌터널. 그것들은 이용하면 아무리 강한 미군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것이다. 그 무기에 당했을 모습을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더불어 일부 한국군이 행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우리는 늘 피해자의 입장에서만 역사를 봤다. 역사 교과서에서 한국군이 베트남인을 학살했다는 사실을 난 배운 적이 없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리영희 선생의 저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에서 처음으로 한국군의 학살에 대해 알게 됐다. 앞으로의 역사 교육에서는 우리가 가해자였다는 사실도 가르쳐야 한다. 이런 사실에는 침묵하고 일본에 역사 왜곡을 한다고 소리치는 것은 옳지 않다.
사실 재밌는 여행지는 아니다. 시간이 없다면 빼도 될만한 곳이다. 하지만 베트남전과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꾸지 터널은 가보길 추천한다. 가기 전 베트남전, 한국군의 학살에 관련된 책을 읽고 가면 더 알찬 여행이 될 것이다. 메콩 델타는 딱히 다룰 게 없다. 무지 덥기만 하다. 참고로 점심식사는 최악이었다. 너무 최악이라 기억에서 삭제됐다.
호찌민에 도착하니 6시... 부이비엔에서 시끄러운 클럽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하루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