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외국에 나갈 때엔 최대한 한식을 먹지 않습니다. 현지식을 먹기에도 시간이 없으니깐요.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편이라 이 규칙은 잘 지켜졌습니다. 무엇보다도 동남아에는 값싸고 맛있는 현지식들이 많아서 잘 먹고 다녔죠. 특히 쌀국수나 팟타이는 한국에선 근본 없이 가격이 높기 때문에 더 많이 먹었습니다. 그게 남는 여행이라고 생각했기에.
한국을 떠난지 20일이 넘어갑니다. 그 사이 한식을 한 번도 먹지 않았습니다. 물론 라면도.
그리울 거 같지 않던 한식이 그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고슬고슬한 쌀밥에 묵은지와 돼지고기가 푹 들어간 김치찌개가 먹고 싶네요.
동남아엔 한식당이 많습니다만 가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안 들었습니다. 재료의 원산지가 달라서 그런지 맛도 묘하게 이상하고. 현지인들의 입맛을 고려해서인지 달달하고 느끼한 맛도 강했습니다. 무엇보다 비싸기 때문에 가난한 배낭여행자는 먹을 수 없죠.
“아 더이상 팟타이는 먹기 무리야”라고 생각하면서 빠이 시내를 산책을 하는데 멀리서 ‘소설’이라고 적힌 한글 간판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곳에 한국 서적 파는 곳이 있나 하고 가보니 한식당이었습니다. 인터넷에 찾아봐도 정보가 없었다. 오로지 식당 이름이 재밌어 이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사장님은 푸근한 인상을 가진 아주머니 이셨고 가게는 매우 작았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종류가 많더군요. 짜장면, 탕수육, 김치말이 국수 등등.. 무엇보다 내가 그리 먹고 싶었던 김치찌개가 있었습니다.
저는 김치찌개를 주문했습니다. 속으로 오모가라 김치찌개 컵라면 정도의 맛만 나도 좋다고 생각했죠.
20분 후 음식이 나왔는데 나도 모르게 " 와!! "가 튀어나왔습니다. 원했던 김치찌개 그 이미지였습니다. 고슬고슬한 밥, 가정식 반찬, 그리고 묵은지와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 재주 좋게 한술 먹었죠. 정말 맛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먹은 김치찌개 중 제일 맛있습니다. ( 엄마 미안 )
사장님도 잘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빠이를 떠나기 전 자주 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후로 이 가게를 두 번이나 더 갔습니다.
말끔히 먹고 나서 계산을 했다. 생각보다 비쌌습니다. 한화 8000원 정도. 하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맛있는 한식을 먹으니 기분이 좋군요. 평소 한식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틀렸었습니다. 혓바닥 안까지 한국이라는 사실을 오늘 알았네요.
이런 기분 좋은 밤엔 호스텔에서 잠들기 아쉽습니다. 혼자 걸어나와 재즈바에서 맥주 한병 마셨습니다. 공연도 수줍급이었습니다.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태국 땅에서 먹는 김치찌개와 맥주. 빠이에 또다시 와야 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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